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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칼럼

[세상사는 이야기] 다둥이 육아

입력 : 
2024-02-02 17:3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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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둥이' 기준 2명으로 완화
하나 낳기도 어렵다고 하지만
형제 있으면 수월하게 크기도
자라는 아이들 지원해주고
행복한 육아 분위기 만들어야
사진설명
올해는 아이들을 적게 낳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어 출산율이 0.7명에 근접했으며 이젠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이 20만명대로 줄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4년 뒤면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3분의 1이 줄어들 것이라고 하고 초등학교는 학생이 적어 통폐합 또는 폐교를 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저출산 문제에 직면하면서 정부뿐만 아니라 지자체까지 나서서 사회 전반적으로 수많은 대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실제 생활에 쓸 수 있게 지원해주는 보육지원금부터 난임지원사업 및 2세 미만 병원비 부담 완화 그리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보육 대책들까지. 이러한 모든 정책이 이른 시일 내 우리 사회가 적정선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많은 대책 중 흥미로운 하나는 '다둥이'에 관한 기준을 바꾼 일이다. 예전에는 3명 이상으로 정의했던 '다둥이'를 2명 이상으로 완화하였다.

진료실에서 아이들을 진료할 때 재미있는 일들이 있는데 아이를 여러 명 키우는 집의 부모님들이 의외로 밝은 모습들이 많다는 것이다. 여러 명의 아이를 가정에서 돌보다 보니 많이 힘들 테고 옷차림이나 본인에게 신경을 잘 못 쓰시는 부분들은 있지만 누구보다 해맑은 모습으로 진료실에서 아이들에 대해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딸 2명, 아들 2명을 둔 집에서 아이 둘 진료를 보기 위해 병원을 찾아왔다. 막내가 이제 돌이 갓 지나서 진료를 받을 때 울먹거리자 나머지 큰 아이들 3명이서 막 웃으면서 막내를 놀리기도 하고 달래기도 하는 것이었는데 그 모습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었다.

물론 다둥이가 있는 것이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닐 때도 있다. 한 아이가 아프면 며칠 뒤 꼭 다른 아이가 아픈 경우가 많고 최근 독감과 같이 전염성이 높은 병에 걸리면 온 집안 식구가 다 같이 아프고 지나가는 경우도 있다. 또 아이들 간의 사이가 좋으면 즐거운 일이겠지만 사이가 나빠 서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 보호자들의 현명한 대처가 필요한 순간들도 있을 것이고, 아무래도 아이들끼리 실수나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도 높아 안전에 대해서는 신경을 더 써야 한다.

우리 사회가 아이를 한 명만 낳아 키우기도 힘들다고 하지만 실제 형제가 있으면 아이를 훨씬 수월하게 키울 수도 있다. 일일이 부모가 하나씩 가르쳐주지 않아도 생활하는 것의 방향만 교육시켜준다면 아이들끼리 스스로 큼으로써 오히려 부모가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조금 다른 관점에서는 편할지도 모른다. 진료를 하다 보면 아이들이 훌쩍 커서 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아주 어렸을 때 엄마 품에 안겨서 왔던 아이가 이제는 나보다 키가 더 크고 수염도 거뭇하게 난 채로 오는 경우가 많아졌다. 아이들이 커가는 과정을 옆에서 계속 보아왔던 나로서는 이러한 변화가 참 재미있으며 이 아이들이 곧 사회에 나가 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움직일 것이라는 기대가 되기도 한다.

예전에는 집 앞 놀이터에 나가면 언제라도 동네 친구들과 놀 수 있었고 친구네 집에 놀러가서 주변 어른들에게도 인사를 드리며 공경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있었으나 이제는 보육시설이나 키즈카페 등을 가지 않고는 주변 친구들을 만날 수 없는 사회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다둥이 집이 현재 사회에는 더욱 좋아 보이는지도 모른다.

요즘은 저출산으로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귀한 시절이다. 더 많은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 자라는 아이들이라도 우리 사회가 더욱 많은 지원책과 안전장치를 마련해주고 가정에서는 크게 힘들이지 않고 행복한 육아를 하는 모습들을 보여주다 보면 자연스럽게 아이를 낳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될 것으로 생각한다.

[정성관 우리아이들병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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