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의대 열풍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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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삼수해 의대 입학하지만
왜 의사가 되고 싶은지보단
의사가 되고 뭘 할 건지가 중요
의학 전공 후 진출분야 넓혀
연구·필수의료 분야 발전하길




최근 신문 기사마다 N수생이 늘어나고 있고 이의 주된 원인 중 하나가 의대를 가기 위해서라고 한다. 일반고, 영재고, 자사고 등 너 나 할 것 없이 성적이 좋은 학생들은 재수, 삼수를 해서라도 의대를 가고 싶어 하고 심지어는 지방 의대를 다니는 학생들조차 수도권에 있는 의대를 가기 위해 재수를 한다고 한다. 이러한 의대 열풍이 최근 들어 갑자기 불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물론 최근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제 상황과 스타트업뿐 아니라 전통적인 우리나라를 지탱하던 기업들의 위치가 예전 같지 않다는 점, 그리고 순수 학문이나 과학계에서 성공의 가능성이 낮아진 점 등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주 웃픈 현실을 보게 된다. 의료 전문지에는 헤드라인들마다 의사처벌법이라든지, 소송이 걸려 수십억 원대의 보상금을 물어내게 된 의사와 병원이라든지, 대학병원에서의 환자 흉기 난동 사건, 진료실과 응급실에서의 폭언과 폭행.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이런 의료 환경에서 일하는 의사들이 대단하다고 느낄 정도의 일들이 벌어진다. 그런데 아이로니컬하게도 이런 상황에도 의사가 되겠다고 우리나라의 최고 수재들이 몇 년씩 걸리면서 대학 입시부터 준비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아마도 지원자들 중에서는 투철한 사명의식으로 요즘 어렵고 의대생들이 기피한다는 소아청소년과, 흉부외과, 응급의학과 등을 하기 위해서 의대를 가려는 것일 수도 있고 피부, 미용, 성형을 하고 싶어 의대를 그렇게 가려는 것일 수도 있다.

나는 의대 면접에서 이제는 "왜 의사가 되려고 하느냐?"라는 질문이 아니라 "의사가 된 뒤에는 무엇을 하려고 하느냐?"라는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의사들 중에서도 대다수는 임상진료(개업이나 병원 또는 대학병원)에서 근무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다양한 분야로 진출해 있다. 의학전문기자, 바이오벤처 사업가, 프로그래머, 투자회사, 공무원, 연구자 등. 그러다 보니 임상진료를 하는 의사의 비율이 줄고 그 절대적인 수도 줄게 되었다. 그 와중에도 의학이라는 것은 점차 발전하면서 더욱 세분화된 영역으로 분화되고 있다. 규모가 있는 병원들의 홈페이지를 보면 진료과 내에서도 의사들의 진료 영역이 같은 의사가 봐도 헷갈릴 정도로 모두 다르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에서 특수한 분야 또는 일반적이지 않은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의료진은 불과 몇 명 수준인 것이다.

의사가 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비단 경제적인 이유만으로 선택을 하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의사가 되기까지 워낙 많은 비용이 들고 어느 정도의 뒷받침이 되지 않으면 쉽지 않은 부분이 있기에 애초부터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집에서 되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의사가 되려고 하는 사람들 중에 집안에서 원래 의료에 대한 마인드를 가지고 있거나, 부모님의 가업을 이어받아서 되려는 경우가 많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많은 의사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단순히 의대 정원 확대와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많은 의사과학자도 나왔으면 좋겠고, 다양한 형태의 의사 직업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으면 좋겠고, 세부적으로 아주 뛰어난 실력을 가진 의사도 있었으면 좋겠다. 의대에만 열풍이 불 게 아니라 정부의 여러 가지 지원책과 의사가 되려는 분들의 생각들이 잘 맞아떨어져서 "필수의료 지원자 열풍"이라든가 "소아청소년과·흉부외과 전공의 지원자 올해도 경쟁"과 같은 이런 소식들을 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

[정성관 우리아이들병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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