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는 가톨릭에서 운영하는 입양원과 결연을 맺어 아기들을 진료해주고 있는데, 아이가 입양이 안 된 채 오랫동안 입양원에 머물러도, 새로이 들어와 보살핌을 받는 아이들이 많아져도 마음이 편치 않다는 특이점이 있다. 새로운 부모를 만날 때까지 수녀님들이 사랑으로 아기들을 돌보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혈연이라는 것이 부모가 되기 위한 충분조건도 필요조건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우리병원에서 아이들의 검진을 담당하시는 센터장님이 들려준 이야기이다. 예약환자가 예정 시간보다 2시간도 더 지나 접수를 한 적이 있는데 진료실 문이 열리고 환자와 부모님을 마주하는 순간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기관절개를 하고 산소발생장치를 연결한 채 가냘픈 숨을 몰아쉬는 주먹만 한 아기가 숨이 넘어갈 듯 그렁거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에드워드 증후군을 가지고 태어난 아기였는데 이 증후군을 가진 아기는 태어난다 하더라도 생명을 이어가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대학병원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치료를 받다가 퇴원하면서 BCG를 맞히려고 방문한 것이었다. 진료 중에도 보호자는 퇴원 수속이 예정보다 오래 걸려 예약 시간에 늦었다며 연신 미안해했고, 앞으로 얼마를 더 살지 모를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으로 인해 센터장님의 가슴이 먹먹했다고 했다.
부모도 부모가 처음이라 아이를 어떻게 키우고 가르쳐야 할지, 부모 자식 간에 서로를 어떻게 감싸주고 이해해야 하는지 모를 때가 많다. 그래서 실수도 하고 시행착오도 겪는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고 했던가. 힘들고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부모이기 때문에 멈출 수 없는 그 도전에 소아청소년과 의사로서 작은 도움을 보태고 그와 함께 용기와 위로를 드리고 싶다. 나의 생일날에 축하를 받기보다 부모님을 찾아뵙고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씀을 들려드리고 싶다.
[정성관 우리아이들병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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